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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반이민 정책, 출생시민권 제한부터 동맹국 기업 단속까지

출생시민권 제한→유학생 비자 제한→동맹국 기업 단속…트럼프 반이민 정책 일방통행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불법 이민 단속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면서 핵심 동맹국인 한국도 미국의 반이민 정책에 발목이 잡히게 됐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 소속 요원들이 4일(현지시간)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조지아주 서베나에 공동으로 건설중인 배터리 공장에서 현장 직원들의 몸과 다리를 수갑과 쇠사슬로 묶고 있는 모습. 사진 ICE 동영상 캡처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 소속 요원들이 4일(현지시간)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조지아주 서베나에 공동으로 건설중인 배터리 공장에서 현장 직원들의 몸과 다리를 수갑과 쇠사슬로 묶고 있는 모습. 사진 ICE 동영상 캡처

지난 4일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조지아주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공장 건설현장을 단속하며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을 포함한 475명을 체포했다. 단일 사업장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의 단속이다. 돌연한 체포·구금에 한국인들은 경악했지만,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첫날인 올해 1월 20일부터 포착된 조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민 단속과 관련한 다수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대대적인 반이민 정책의 서막을 알렸다. 우선 멕시코 남부 국경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장벽 건설을 재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 멕시코와의 국경 3145㎞ 중 약 700㎞ 가까운 구간에 장벽을 설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날 미국에서 불법으로 체류하거나 영주권이 없는 외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에게는 출생시민권 부여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출생시민권은 1868년 발효된 미국 수정헌법이 150년 이상 보장해온 권리다. 20여개 주가 즉각 소송을 제기한 만큼, 앞으로 연방대법원 판결까지 수 년간의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부모 중 적어도 한 명이 미국 시민이거나 합법적인 영주권자여야 자녀가 시민권을 얻을 수 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 입장이다.

6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의 이민단속으로 체포된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수감돼 있는 있는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의 이민단속으로 체포된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수감돼 있는 있는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연합뉴스

곧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대규모 추방을 개시했다. 당장 2월에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 170여명을 인권 침해로 악명이 높았던 쿠바의 관타나모 해군 기지에 수용하는 충격 요법을 시행했다. 그는 3월엔 1798년 제정된 ‘적성국 외국인법’을 동원해 갱단 연루 혐의가 있는 베네수엘라인 200여명을 엘살바도르 테러범수용센터에 수감했다.

이 무렵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비자 심사를 대폭 강화한 것도 반이민 정책 일환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4일 하버드대 신규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비자 발급을 최소 6개월 중단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하버드대가 곧장 무효소송을 제기해 효력은 하루만에 중단됐지만,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대학들과의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다.

당시 뉴욕타임스 등은 트럼프 행정부가 유학·연수 비자 제도를 앞세워 진보적 성향의 미국 내 대학들을 압박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유학생조차 반이민 정책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기조를 내비친 것이어서 유학생 커뮤니티에서 불안감이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된 한국인 300여명 중 대부분이 수감된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시설의 샤워장. 연합뉴스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된 한국인 300여명 중 대부분이 수감된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시설의 샤워장. 연합뉴스

이민자 단속과 체포는 백악관 실세 중 한 명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실장이 “이민자 추방이 지지부진하다”며 지난 5월 21일 ICE 간부들을 질책한 이후 강화되는 분위기다. 밀러는 이 자리서 하루 3000명 체포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트럼프 2기 들어 첫 100일 동안 하루 평균 체포자수(665명)와 비교하면 4배가 넘는 규모다. 임기 초반 실적이 저조하자 초강경 대응을 주문한 것이다.

최근에는 국토안보부가 트럼프 대통령 지시로 철제 장벽에 검은색 페인트를 칠하기 시작했다. 장벽 표면을 뜨겁게 달궈 불법 입국 시도를 막으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진행된 일련의 반이민정책은 불법 이민자 급증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안전마저도 위협한다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인식과 맞닿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이들은 이민자의 범죄율을 강조하며 이민자에 대한 복지 혜택 축소 등을 주장한다.

ICE도 올해 6월부터 연내 불법 이민자 100만명 추방이라는 목표를 공식화하고 이민자 단속과 추방 강도를 높이는 중이다. 이에 따른 마구잡이식 체포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5월 초에는 범죄 이력이 없던 사람들의 비율이 평균 21%였지만, ICE의 체포 할당량이 3000명으로 증가한 이후인 6월 초에는 47%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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