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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경고'와 '손짓': 흔들리는 인도 외교, 어디로 향할까?

트럼프의 경고, 시진핑의 손짓, 푸틴의 원유… 시험대에 선 인도 외교

"지금은 우리가 미국과 교류하고, 중국을 관리하며, 유럽을 다지고, 러시아를 안심시키며, 일본을 끌어들이고, 이웃을 참여시키며, 주변 지역을 확장하고, 전통적 지지 기반을 넓혀야 할 때다." 인도 외무장관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는 2020년 저서 '인도의 길: 불확실한 세계를 위한 전략'에서 이렇게 적었다.

10여 년 동안 인도는 새로운 다극 질서에서 핵심 축으로 스스로를 규정해 왔다. 한쪽 발은 워싱턴에, 다른 한쪽 발은 모스크바에 두고, 베이징에는 경계의 시선을 두어 왔다.

그러나 그 구조물이 흔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은 응원자에서 비판자로 변하며, 인도가 할인된 원유 구매로 모스크바의 전쟁 자금을 채우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이제 트럼프의 공개적인 질책과 더 높은 관세라는 타격에 직면했다.

다극 질서가 해체되는 가운데, 많은 이들은 31일 예정된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베이징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만남을 승리의 외교라기보다는 실용적인 화해로 본다. 그러나 델리의 외교 정책은 불안한 갈림길에 서 있다.

2016년 9월 4일 중국 항저우 서호국빈관에서 열린 회담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악수하고 있다. 이날부터 이틀간 제11차 G20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사진=왕저우/게티이미지)
사진 설명, 모디 총리와 시진핑 주석은 2014년 이후 10여 차례 이상 회담했다.

인도는 동시에 두 진영에 몸담고 있다. 일본·미국·호주와 함께하는 워싱턴 주도의 인도-태평양 쿼드(Quad)의 핵심 축인 동시에, 종종 미국의 이익과 배치되는 중국·러시아 주도의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이기도 하다. 델리는 미국의 투자와 기술을 구애하는 한편, 러시아산 원유를 할인 구매하고 있으며 다음 주 톈진에서 열리는 SCO 회의에 참석할 준비를 하고 있다.

또한 인도·이스라엘·UAE·미국으로 구성된 I2U2는 기술, 식량 안보, 인프라를 중점으로 하고 있으며, 프랑스·UAE와의 3자 협력체도 존재한다.

분석가들은 이러한 균형 잡기가 우연이 아니라고 말한다. 인도는 전략적 자율성을 중시하며, 경쟁하는 진영과 동시에 관계를 맺는 것이 취약점이 아니라 지렛대라고 주장한다.

"헤징(강대국 사이에서 줄을 서지 않고 줄타기를 하는 전략)은 나쁜 선택입니다. 그러나 누구와도 정렬하는 대안은 더 나쁩니다. 인도의 최선의 선택은 나쁜 선택, 즉 헤징입니다." 전 인도 대사이자 현재 OP 진달 글로벌 대학교 교수인 지텐드라 나트 미스라는 BBC에 이렇게 말했다.

"인도는 강대국과 정렬함으로써 스스로의 입지를 유지할 만큼 자신감이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문명국가로서 인도는 역사 속에서 다른 강대국들이 스스로 지위를 획득한 길을 따르려 합니다."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회담하며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설명, 올해 2월 모디 총리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이후 미·인도 관계는 악화됐다

인도의 글로벌 야망은 여전히 역량을 앞서간다.

인도 경제 규모는 4조 달러로 세계 5위지만, 중국(18조달러)과 미국(30조달러)에 비하면 미미하다. 군수 산업 기반은 더 약하다. 인도는 세계 2위 무기 수입국이지만 무기 수출국 상위 5위에는 들지 못한다. 자립을 내세운 여러 정책에도 불구하고 국산 무기 생산은 제한적이며, 첨단 군사 기술 대부분은 수입에 의존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불균형이 인도의 외교 노선을 규정한다고 지적한다. 이번 모디 총리의 중국 방문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0년 갈완 계곡(Galwan Valley·인도 북부 라다크 지역의 중국과 국경 분쟁지) 충돌 이후 얼어붙은 양국 관계가 조심스럽게 해빙되는 분위기 속에서 이뤄지는 방문이다. 두 나라의 격차는 수치로도 분명하다. 인도의 대중 무역적자는 990억달러로, 2025~26년도 국방예산보다 많다.

변화의 조짐은 이미 감지되고 있다. 쉬 페이홍 주인도 중국대사는 최근 미국의 인도산 제품 고율 관세를 "불량배식 행위"라고 비난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 역시 지난주 델리를 찾아 "양국은 적이나 위협이 아닌 파트너로 봐야 한다"고 강조하며 유화적 태도를 보였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의문을 제기한다. 왜 인도가 지금 베이징과 전략 대화에 나서느냐는 것이다.

전략 전문가 해피몬 제이컵은 SNS에 "대안이 무엇이냐"고 반문하며, 앞으로 수십 년간 중국 관리가 인도의 "핵심 전략 과제"로 남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힌두스탄 타임스' 기고문에서 이번 대화를 인도·중국·러시아 3자 구도의 틀 속에 위치지었다. 미국 정책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이런 3자 대화가 가능하며, 동시에 델리와 베이징이 워싱턴을 향해 "대안적 블록이 존재한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인도와 관계 정상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중국이 인도의 트럼프에 대한 불만을 자국의 더 큰 지정학적 목적에 활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더 큰 그림은 강대국 간 화해가 과연 어디까지 가능한가라는 문제다.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의 수밋 강굴리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구조적으로 화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러시아는 이미 베이징의 "하위 파트너"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인도의 전략은 중국과 최소한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시간을 버는 데 있다"고 평가했다.

2024년 10월 23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 단체 기념 촬영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설명, 2024년 러시아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석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러시아 문제에서 인도는 미국 압력에 굴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모스크바로부터의 할인 원유는 인도의 에너지 안보의 핵심이다. 자이샨카르의 최근 모스크바 방문은 서방의 제재와 러시아의 대중 의존 심화에도 불구하고, 델리가 여전히 관계를 따뜻하게 유지하려 한다는 신호다. 이는 에너지 생명선이자 외교적 자율성의 상징이다.

강굴리는 인도가 러시아와 관계를 심화하는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한다. 모스크바와 베이징의 더 긴밀한 밀착을 우려하기 때문, 그리고 트럼프 하에서 미-인도 관계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최근 파키스탄과의 전쟁을 중재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은 델리를 자극했고, 기대를 모았던 미-인도 무역 협정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트럼프의 값싼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공개적 질책은 냉각을 더했다. 인도는 중국이 훨씬 더 큰 구매자인데도 자신들만 문제 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심각한 균열에도 불구하고 더 큰 이해관계가 있을 때 관계는 무너지지 않았다. 미스라는 "우리는 가장 힘든 도전을 겪었고, 그다음 힘든 도전도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1974년과 1998년 인도의 핵실험(각각 '스마일링 부다'로 불린 첫 핵실험과,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 도입 이후 강행된 핵실험) 이후 워싱턴이 강력한 제재를 가한 사례를 언급했다. 이 조치들은 델리를 고립시켰고 수년간 관계를 악화시켰다. 그러나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아 양국은 2005년 미·인도 민간핵협정을 체결하며, 전략적 필요가 있을 때 불신을 극복할 의지를 보여주었다.

분석가들은 이제 더 깊은 질문은 관계가 회복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형태로 회복될 것이냐라고 지적한다.

인도 뭄바이의 한 학교 밖에서 학생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함께 담긴 포스터를 들고 있다.
사진 설명, 인도 뭄바이의 한 학교 밖에서 학생들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모디 인도 총리의 얼굴이 담긴 포스터를 들고 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애슐리 텔리스는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인도의 다극 전략이 안보를 해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상대적 쇠퇴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의 두 강국을 능가할 것"이라며, 인도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 정부와 "특별한 파트너십"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델리가 선택을 거부할 경우, 국경 앞의 "적대적 초강대국"에 취약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베이징·워싱턴 주재 인도 대사를 지낸 니루파마 라오는 인도가 "번데기 속의 거인(titan in chrysalis·잠재력을 지닌 거대한 존재)"이라며, 어떤 강대국에도 얽매이기에는 너무 크고 야심차다고 평가했다. 그는 세계가 단순히 두 진영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더 복잡하게 균열되고 있으며, 전략적 모호성은 약점이 아니라 자율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상반된 시각 속에서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인도는 중국이 주도하고 러시아가 뒷받침하는, 미국이 배제된 세계 질서에 대해 깊은 불편함을 느낀다는 점이다.

강굴리는 "솔직히 말해 인도의 선택지는 제한적"이라며, "중국과의 화해 가능성은 없으며 경쟁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는 일정 부분 의지할 수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관련해서는 "트럼프가 앞으로 3년 더 집권하더라도 미·인도 관계는 지속될 것"이라며, "양국 모두 트럼프의 변덕 때문에 관계를 깨뜨리기에는 걸린 이해관계가 너무 크다"고 강조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동의한다. 인도의 최선은 그저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다.

미스라는 "인도는 미국의 타격을 정면으로 받아내고 폭풍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 외에 더 나은 선택이 없어 보인다"며, 결국 전략적 인내가 인도의 유일한 지렛대일 수 있다고 말했다. 즉, 폭풍은 지나가고 파트너는 돌아온다는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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