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동 '실패의 유산'을 지우고 새로운 외교 지평을 열 수 있을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치켜세우며 중동 순방에서 보인 행보는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엎었습니다. 과거 중동 정책의 '실패의 유산'을 극복하고 새로운 외교 전략을 펼칠 수 있을지, 그의 행보를 심층 분석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를 방문했을 당시, 많은 이들은 그가 '성난 시위대를 피하기 위해' 안전한 국가들을 선택했다고 비웃었습니다. 하지만 13일(현지시간) 리야드에서 열린 미-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동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훈수 두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중동 외교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습니다. 그의 연설은 미국과 중동 간의 관계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까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리야드에서 열린 미-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빈 살만 왕세자를 ‘오랫동안 알아온 유일무이한 친구’라고 칭하며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12분 동안 관세 도입, 투자 유치, 이민 단속 등 자신의 업적을 강조하며 사우디의 경제 성장을 칭찬했습니다. 그의 연설은 미국의 전통적인 중동 정책과는 확연히 다른 접근 방식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 눈앞에서 새로운 세대의 지도자들이 과거의 지친 분열이라는 오래된 갈등을 초월하고 있다. 중동이 혼란이 아니라 상업으로 정의되고, 테러가 아니라 기술을 수출하며, 서로 다른 국가·종교·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말살하는 폭격이 아니라 함께 도시를 건설하는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서방의 개입이나 훈수가 아닌, 중동 지역 스스로의 노력을 강조하며, 과거 미국의 개입이 실패했음을 시사했습니다. 그는 ‘국가 건설자’와 네오콘, 그리고 수조 달러를 쏟아붓고도 실패한 진보 단체들을 비판하며, 중동 지역 지도자들의 자율적인 발전을 옹호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평화, 번영, 진보는 궁극적으로 여러분의 유산을 급진적으로 거부한 데서 나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여러분이 사랑하는 그 유산과 전통을 포용함으로써 이뤄졌다”고 말하며, 중동 국가들의 전통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외교 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이러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연설 영상이 중동 여러 국가에서 소셜미디어 상에 빠르게 퍼지며 화제가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스티븐 쿡 미국외교협회(CFR) 중동아프리카부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의 리야드 연설은 그가 자신의 외교 기조를 솔직하게 말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과거 미국의 ‘실패의 유산’을 털어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전통적인 외교 공식을 벗어나, 중동과의 관계를 민주주의 확산이나 군사 개입 대신 투자와 계약을 중심으로 재정의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는 중동 지역에 대한 미국의 개입에 피로감을 느끼는 국내 지지층의 정서와도 부합하며, 경제 성과에 대한 요구와도 연결됩니다.

물론, 중국의 중동 내 입지를 흔들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중국은 인프라, 인공지능(AI), 에너지 등 경제 분야에서 중동과의 협력을 강화해 왔습니다. 사우디와 중국의 지난해 무역 규모는 미국의 두 배를 넘어섰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새로운 외교 전략이 중동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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